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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간이역을 스치다 / 박숙경

오선민 2013. 9. 8. 09:33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간이역을 스치다

 

 

박숙경

 

 

 

 

급한 물살에 떠밀리지 않고 용케도 잘 견뎌낸

부전행 무궁화호 순방향에 앉으면

몇 개의 驛 이마에 점을 찍었는지

몇 칸의 마음들이 간이역을 스쳐 지났는지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건천을 지나고

율동역을 지나

서경주역 들어서기 전의 지붕들이 속도만큼 물러서면

기와는 기와다워야 한다는

그 생각이 내 가벼운 생각보다

한 발짝 앞서 간다

 

 

첫 터널, 그 어둠의 영역에 들어서면 멈칫 놀라는 습관조차

환한 사랑으로 감싸주는 간이역 하나

내 마음의 한복판에 있어

 

 

부전행 무궁화호에 마음을 담그면

汽笛소리마저 맑은 奇蹟이 된다

 

 

 

 

 

 

-출처 : 『詩하늘』(2012. 가을)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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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사랑으로 감싸주는 간이역 하나

내 마음의 한복판에 있어

화자는 부전행 여행이야말로

汽笛소리마저 맑은 奇蹟이 된다고 한다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고

기차가 정차만 하는 역이긴 하나

추억의, 흔적의 자리다

숱한 사람과 사연이 오갔던 그 간이역

그렇게 좋아했던 간이역 하나

가슴에 품고 있으면 넉넉할 지도 모른다

마음이 넉넉하다는 건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이의 큰 배려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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