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간이역을 스치다 / 박숙경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간이역을 스치다
박숙경
급한 물살에 떠밀리지 않고 용케도 잘 견뎌낸
부전행 무궁화호 순방향에 앉으면
몇 개의 驛 이마에 점을 찍었는지
몇 칸의 마음들이 간이역을 스쳐 지났는지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건천을 지나고
율동역을 지나
서경주역 들어서기 전의 지붕들이 속도만큼 물러서면
기와는 기와다워야 한다는
그 생각이 내 가벼운 생각보다
한 발짝 앞서 간다
첫 터널, 그 어둠의 영역에 들어서면 멈칫 놀라는 습관조차
환한 사랑으로 감싸주는 간이역 하나
내 마음의 한복판에 있어
부전행 무궁화호에 마음을 담그면
汽笛소리마저 맑은 奇蹟이 된다
-출처 : 『詩하늘』(2012. 가을)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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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사랑으로 감싸주는 간이역 하나
내 마음의 한복판에 있어
화자는 부전행 여행이야말로
汽笛소리마저 맑은 奇蹟이 된다고 한다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고
기차가 정차만 하는 역이긴 하나
추억의, 흔적의 자리다
숱한 사람과 사연이 오갔던 그 간이역
그렇게 좋아했던 간이역 하나
가슴에 품고 있으면 넉넉할 지도 모른다
마음이 넉넉하다는 건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이의 큰 배려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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