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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날 / 조동례 본문

좋은 시 감상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날 / 조동례

오선민 2014. 4. 29. 09:59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날

 

조동례

 

 

사랑노래 끝나기도 전에

이별노래 판치는 노래방에서

나는 사랑노래에도 아파서 울고

이별노래에도 아파서 울었다

 

걸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사랑과 이별이 차고 이우느라

상처는 배경이 드러나지 않는 꽃이다

다가가도 아프고 다가와도 아픈 꽃

 

가만히 있는 너를 잘못 건드렸다 생아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여도

어둠을 배경으로 별이 뜨고

별을 배경으로 달은 살아 있더라

 

 

 

ㅡ출처 : 시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삶창,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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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아파보고 이별에 슬퍼본 사람은 안다

사랑과 이별이 차고 이우는 걸 견뎌온 사람이라면

그 모두가 아픈 꽃이라 하겠다

이것도 아니해보고

저것도 아니해보고

어찌 성숙하기를 바라겠는가

사람 사랑에 대수가 있겠냐만

사랑만을 위해서 사랑하진 말아라

그게 탈이거든

사랑하듯이 사랑하면 아무 탈 없는 것을

깊어졌다가 맛보는 게 낭패다

사랑도 그렇고 이별도 그렇다

사랑과 이별의 배경은 바로 나다, 생아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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