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방
슬픈 사랑
오선민
2010. 5. 22. 19:53
슬픈 사랑
시/낭송 오선민
소롯길에 다녀 왔습니다.
하늘은 눈물이 날 만큼 파랗게 보였고요.
나무들은 그 새 옷을 모두 벗어 던졌습니다.
들판은 누렇게 누더기를 걸치고
불어오는 바람에 너울 너울 춤추고 있습니다.
사이 사이에 억새풀도 보이는군요.
사랑은 슬프다고,
사랑은 없다고.
가슴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지요.
가을이 오면 난 싫어요.
허전해서 싫고,
슬퍼서 싫고.
가을 타는 나는
빈 가슴 부여잡고
누더기 밭을 헤매였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발 아래 맴돌고
떨어지는 나뭇잎은 가슴에 쌓이는데
내 슬픈 사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애초부터 없었을 사랑을
이토록 찾아 헤매이는 것은
가을이 너무 파랗기 때문입니다.
소롯길 돌아오는 길 위에
내 슬픈 사랑이 뚝 뚝 떨어집니다.
내 아픈 사랑이 뚝 뚝 눈물 흘립니다.
* 소롯길 : 원주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목에 있는 찻집.
슬픈사랑-오선민.mp3
2.9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