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스크랩] 세숫대야론 / 김호균

오선민 2010. 5. 24. 11:30

 

세숫대야론

김호균

 

 

세숫대야를 보면

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수를 하고 비누거품으로 가득찬 물을 버리면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투로 그려진

세선의 물결 무늬

 

물 속의 네 육신이 흔들리고

어푸어푸 물먹은 네 육신이 흔들리다 멈추어 섰을 때

지나온 내 꿈보따리를 뒤적이다 보면

나 또한 너처럼 사무친다

 

우리모두는 울고 싶은 거다 혹은

말하고 싶은 거다

우리가 가는 여행에 대해 아무도

증거하지 않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눈시울 적시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거다

 

징, 하고 울린 적 없지만 너처럼

속으로 감춘 말줄임표가

한없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거다

 

 

출처 : 유진의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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