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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것이 강한 것을,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오선민 2011. 3. 7. 11:29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요즘 신문에 ‘재스민 혁명(革命)’이 빠지는 날이 없지요? 중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까 정치 비평가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지요. 그런데 주위에 “재스민 혁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재스민 혁명은 튀니지에서 시작돼 지구촌으로 번지고 있는 시민혁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난해 12월 튀니지의 한 소도시에서 대졸의 젊은 노점상이 분신자살하면서 일어났지요. 튀니지 시민들이  국화(國花)인 재스민을 들고 시위를 벌여 24년 동안 장기 집권한 벤 알리를 권좌에서 쫓아냈지요. 이 혁명의 불길이 이집트, 리비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지요.



중국에서는 재스민이 또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중국어로 재스민은 ‘모리화(茉利花)’인데 노래 ‘모리화’는 우리나라의 ‘아리랑’과 비슷한 민요입니다. 화교들은 타지에서 ‘모리화’ 노래를 들으면 금세 눈시울이 젖어든다고 합니다. 재스민이 중국인의 가슴 깊은 정서와 연결돼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중국요리 집 이름에도 ‘모리화’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요리연구가 이향방 씨가 몇 년 전 강남구 역삼동에 ‘모리향’이라는 큰 식당을 연 적이 있지요. 연희동의 ‘향원’ 주인장이었던 이 씨는 중병에 걸렸다가 이를 극복하고 지금은 청담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나라 중국요리 집에서 내놓은 차 중에 진하면서도 그윽한 향기를 기억해보세요. 아마 ‘재스민 차’의 향기일 겁니다. 

재스민의 꽃말은 ‘당신은 나의 것’, ‘수줍음’, ‘관능미’ 등이라고 합니다. 이 연약해 보이는 것이 강한 것들을 이기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노자 사상의 ‘약승강(弱勝强)유승강(柔勝剛’)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을 이기지요. 여성이 남자를 극복하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요즘 딱딱함을 고집하다가 ‘소중한 사람’과 충돌하곤 합니다.  결국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극복하는데, 재스민 향기가 칼을 이기는데, 왜 작은 나를 고집했을까요?

누군가와 부딪힐 일이 있으면 재스민 차의 향기를 떠올리며 부드러움에 마음을 맡겨 보세요.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랑이 결국 미움을 이기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