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뉴 타운 / 이수익

오선민 2011. 4. 14. 00:26

 

뉴 타운 / 이수익

 

 

정든 사람들은 떠났다.

집집이 외부 벽면의 붉은 페인트 글씨가 공가(空家)임을 알리고

사형수의 마지막 남은 며칠을 떠올리게 했다.

처처에 방들은 텅 비었다. 씨팔, 이왕 뜯길 집,

이주민의 손발이 거칠게 다룬 자취들이

역력하게 남아 있었다. 파경(破鏡)이었다.

그들은

한 푼어치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몸을 섞으며 살던

그 오랜 날들, 떠나 있으면 더욱 그리워지던

당신, 보고팠어요, 보고팠어요, 그러나

이젠 부질없었다. 늙고 병든 육체만이 폐허의 공간에서

긴 가래를 삼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눈부시게 떠오를 신생의 아침을 거듭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