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거짓말 / 문정희

오선민 2011. 4. 30. 10:11

거짓말 / 문정희

 

 

가령 강남 어디쯤의 한 술집에서

옛 사랑을 다시 만나

사뭇 떨리는 음성으로

"그동안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면

그것은 참말일까

그말이 곧 거짓임을 둘 다 알아차리지만

그 또한 사실은 아니어서

안개 속에 술잔을 부딪 칠 때

살아온 날들을 거짓말처럼

참말처럼 사라지고

가령 떠내려가 버린 그 많은 말들의 파도를

그 덧없음을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때 우리는 누구일까

시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