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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린다는데

오선민 2011. 5. 12. 10:12

봄비 내린다는데
막깨어나는 새싹곁에
봄비가 내리는 오후
생각의 껍질을 벗어
눈감아 침몰하는 나

내게서 사랑은 조용히
먼발치서 흔드는 몸짓
외줄타는 철지난 낙엽

애달파했던 허기짐에
몰래 귀동냥하는 사랑
후조의 숨바꼭질 사랑

붉게 그대의 향기가
신기루 되어 보이는
가슴차고앉은 빈자리

그림자로 따라 붙는
고운님이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피어나는
봄비가 내리는 오후

<이승복의 ‘봄비 단상’ 전문>

오늘부터 추척추적 봄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전국이 먹구름 아래 들어가고 수은주가 변덕을 부리며 춤춘다고 합니다. 석가탄신일을 지나 목요일까지 봄비가 구슬프게, 내리고 그치기를 되풀이한다는 기상청의 예보입니다.

봄비 내리는 날에는 뇌에서 ‘행복호르몬’ 세라토닌이 덜 분비되면서 괜스레 울가망해지곤 합니다. 주당(酒黨)은 “선술집 처마에서 또도독 듣는 빗방울 소리가 최고의 안주”라며 술집으로 발길을 향하겠네요.

시인처럼 봄비 속 감상에 젖어 옛 사랑을 떠올릴 정도라면 정신건강에 오히려 윤활유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봄비 내리는 날 술을 마시면 독약입니다. 봄비 우울함에 젖을 때에는 뇌가 알코올에 더 취약해집니다. 술은 조심, 조심해야 합니다.

봄비 내리는 날에는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배경으로 음악이나 책에 빠지는 낭만은 어떨까요? 마침 ‘가정의 달’이네요. 온 가족이 집안에서 옹기종기 서로에 기대어 책이나 음악을 즐긴다면 세로토닌이 저절로 분비되지 않을까요?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얼굴이 환해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