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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경멸하지 말라는데, 존경하고 싶은데...

오선민 2011. 5. 24. 08:31

부자를 경멸하지 말라는데, 존경하고 싶은데...

“록펠러가 아무리 큰 선행을 해도 지금 이 악행을 덮지 못할 것이다.”

제가 초등학교 때 ‘세계 최고의 부자’로 외웠던 존 록펠러가 자선재단을 설립하자 루즈벨트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미국에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2명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데 우리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길 무렵 대통령이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에 나오는 시어도어 루즈벨트이고, 1930년대 뉴딜 정책을 펼친 대통령이 장애를 극복한 프랭클린 루즈벨트이지요.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혹평했듯, 록펠러는 악랄한 기업주로 유명했습니다. 그는 24세 때 정유회사를 설립하고 53세에 세계 최대의 갑부가 됐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권모술수로 악명을 떨쳤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을 보면 록펠러가 53세 때 우연히 불치병에 걸려 입원했다가 치료비가 없어 눈물 흘리는 소녀의 치료비를 몰래 대어주고 행복에 빠져든 뒤 자선사업에 뛰어 들었다고 돼 있는데 인터넷에서 영어로 아무리 검색해도 그 얘기를 찾을 수가 없군요. 아마도 많은 ‘감동적인 얘기’처럼 누군가 '교훈'을 위해 지어낸 얘기가 아닐까요?

구글과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록펠러는 16세 때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부터 “번 돈의 10%는 반드시 기부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실천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젊었을 때에는 일부 기부를 하기는 했지만 악행에 묻혔을 것이고 50대 이후에 본격적인 자선사업을 벌인 듯합니다. 록펠러의 돈은 록펠러재단과 록펠러의학연구소, 시가고대, 록펠러대 등을 설립하는 바탕이 됩니다.

1937년 오늘은 그 록펠러가 9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우리나이로는 99세를 살았으니까 일본의 조어(造語)로 백(百)에서 일(一)을 뺀 백수(白壽)를 누렸습니다. 록펠러는 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삶의 후반기에 진정한 행복을 맛보았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가지려고 했다면 불행하게 눈을 감았겠지요.

요즘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에 대한 눈이 곱지 않습니다. 어제 한 신문에 ‘부자들을 경멸하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그만큼 부자들이 욕을 얻어먹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미국 하버드대의 장기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마음이 푼푼한 것이 더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왜 우리나라의 많은 부자들은 행복과 먼 삶을 살고 있을까요?

경멸받지 않는 부자, 존경받는 부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부자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런 부자가 되기를 빌겠습니다.  마음이 넉넉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그런 분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