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생불(生佛) (외 1편) / 홍종화
오래된 생불(生佛) (외 1편)
홍종화
어미개가 새끼를 열한 마리 낳았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털은 까칠했다
어미개가 탯줄을 잘라 먹고 새끼 똥을 먹어 치웠다
황금 꽃똥을 먹었는데 시꺼먼 설사를 해댔다
어미개가 새끼를 핥아 주었다
양수를 머금었던 강아지들의 털이 녹차밭 같았다
어미개는 배가 홀쭉해도 젖을 먹였다
젖에선 피가 났지만 두 눈만 껌뻑거렸다
장마 지나 개집에 곰팡이가 들이쳐도
어미개는 늘어진 젖을 드러내고 보살처럼 앉아 있었다
그렇게 오는 생불(生佛)은
아무도 몰랐다
—《유심》 2011년 5-6월호
경계를 살다
안목다리를 지나다 아래의 물들을 문득 보았다
경포호에서 내리는 민물과 안목의 바닷물이 섞이고 있었다
힘준 팔뚝처럼 물살의 골이 도드라지다가
서로의 몸에 또아리를 틀며 살들을 기대고 있었다
어느 부분이 경계랄 것도 없는 저 경계
제 몸을 다른 품에 맡기고 칡넝쿨처럼 단단해지고 있었다
다른 몸을 제 몸에 품고 회오리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늘 경계였을 것이다
어느 품을 떠나와 어느 안을 파고들어도 몰랐을 것이다
서로의 살들을 부대끼다
어떤 기억을 버리고 어떤 추억을 안고 떠나는지 모를 일이다
나를 지우고
내가 아닌 것을 껴안는 저 물의 경계처럼
내 생도 이 경계에서 몸을 궁굴려야 할 것이다
—《미네르바》 200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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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화 / 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강릉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8년《유심》으로 등단. 현재 동해광희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