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섬강 1 / 김종호

오선민 2011. 8. 9. 14:45

 

 

                    섬강 1

 

                                           김종호

 

 

그대는 기억하리

내 아버지의 흰 뼈가 가라앉고

어릴 적 내 눈물도 함께

서쪽으로 서쪽으로 흘러갔지만

보이는 것은 아득한 절망뿐이었지

무시로 급습하는 더운 안개

아이들 잠든 머리맡으로 스물스물 기어들고

모두들 깨어 불면으로 뒤척이는 밤

 

웅얼웅얼 숨가쁜 강심이 울고

두껍게 외투를 걸쳐 입은 돌들이 울고

우리들의 찬란한 꿈과 희망이 울고, 아아

저 어두운 강물에 가라앉은 우리 아버지

깊이 잠들지 못하겠구나

 

차라리 별빛 고운 밤

버들꽃 자욱한 포진리 강둑

바람 속에나 그 따뜻한 뼈를 묻을 것을

―울지마라 아들아,

  울지마라 아들아,

바람이 불면 그 바람에 묻어오는

메아리로 남길 것을

아득한 피리 소리로 숨겨 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