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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110가지 정중함을 지켰다는데

오선민 2011. 10. 27. 12:45

워싱턴은 110가지 정중함을 지켰다는데

‘아름다운 가게’의 박원순 방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라고 했던가요? 선거가 시대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경이롭습니다. 무섭기까지 합니다.

하늘이 박원순 후보를 선택한 것은 정치가 아픈 사람, 힘든 사람, 분노한 사람에게 보다 더 관심을 가지라는 준엄한 꾸짖음일 겁니다. 여당은 후보를 내지 않은 3곳을 제외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8곳에서 승리했으므로 패배가 아니라고 자위할지 모르지만, 민심을 뼛속 깊이 받아들이고 환골탈태해야 할 겁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네거티브’에서 시작해서 ‘네거티브’로 끝났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헐뜯는 선거였다는 겁니다. 품위가 곤두박질치고 그것이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정치 불신이 가속화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재작년 뉴욕타임스는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부룩스의 ‘품위를 찾아서’라는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국 정치에서도 품위가 사라지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희망을 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칼럼의 첫 부분에서 품위의 정치인으로 조지 워싱턴을 언급했습니다.

워싱턴은 청소년 때 《사람들 앞에서나 대화에서의 정중함의 법칙과 품위 있는 행동》이라는 책을 읽고 110가지 예절의 법칙을 수첩에 옮겨 적은 뒤 평생 실천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The Little Big Thing》이라는 책에서 이 원칙들이 개인이나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몇 개를 소개하면,

○상대방이 적일지라도 그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나타내서는 안 된다.
○앉아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기 위해 다가온다면 그가 아랫사람이라도 일어나서 맞으라.
○남의 흉터를 빤히 보거나 그게 왜 생겼는지 묻지 말라.
○농담이건 진담이건 해로운 말을 하지 말라. 기회를 주더라도 남을 조롱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헐뜯는 소문을 성급하게 믿지 말라.
○남을 험담하는 사람 가까이에 가지 말라.

최근 톰 피터스의 책을 읽으면서 뜨끔했습니다. 제 방에 누군가 찾아오면 의식적으로 일어나려고 하는데 자꾸 깜빡합니다.

정치인들이 좀 더 정중한 언행을 한다면, 세상이 참 밝아질 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품위 있는 언행이 얼핏 손해보이는 듯 보여도, 민심은 그것을 평가하리라고 믿습니다.

정치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정중함의 원칙을 지키면 사회 전체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정치도 사회의 거울이니까요. 그걸 떠나서 개인이 진짜 행복해지는 길도 품위와 정중함에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