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종이배 / 이준관

오선민 2011. 12. 12. 10:48

 종이배 / 이준관

 

 

나는 종이배를 접었습니다

틀린답이 더 많은 시험지를 접어

적자가 더 많은 어머니 가계부를 접어

종이배를 접었습니다

 

종이배는

냇물에서 갓 태어난 잠자리의 물빛 날개처럼

가벼워서

냇물 위에 둥실! 떴습니다

 

안녕 종이배야, 잘 가 종이배야.

 

나는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

책상 의자에 앉아 종이배를 접습니다

화가 나면 화를 접어

욕심이 나면 욕심을 접어

종이배를 접습니다

종이배는

햇빛에 막 부풀어오른 민들레 홑씨처럼

가벼워서

바람 위에 둥실! 뜹니다

 

안녕 종이배야, 잘 가 종이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