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낮술 / 김일남

오선민 2011. 12. 13. 11:38

 

  낮술 / 김일남

                

      - 흐르는 별 -

 

그의 눈에 술자루가 담겨 있다

가슴 속 술동이에 그가 모래를 빚는다
잠 없는 사막을 건너온 그는
...
궤도를 이탈한 별처럼
술 잔에 고인다
늙어버린 언어
폐를 잃은 언어
눈 멀은 언어들이
별똥별로 술잔에 진다
잠 없는 사막을 걸어가는
그의 낙타등에 사라질 별들이 박혀 있다
술단지에 매운 눈물이 익는다
달빛 쾅쾅한 그가
잠 없는 사막이
술단지에서 익는다
생은 달다
무참한 참혹한 생은 달다
그가 별똥별로 사막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