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불안 / 김참
오선민
2012. 8. 30. 09:31
불안
김 참
부엌엔 양파가 자라고 있고 마루엔 양말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이끼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시계가 매달려 있고 부엌엔 당근이 자라고 있고 마루엔 술병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거미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전화가 매달려 있고 부엌엔 배추가 자라고 있고 마루엔 인형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염소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침대가 매달려 있고 부엌엔 호박이 자라고 있고 마루엔 신발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암소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아이가 매달려 있고 부엌엔 암탉이 자라고 있고 마루엔 계란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나무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당신이 매달려 있고
—《시와 환상》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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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참 / 1973년 경남 사천 출생.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미로 여행』,『그림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