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꽃을 찾다 / 성선경

오선민 2012. 8. 30. 09:38

꽃을 찾다

 

                      성선경

 

 

암탉에게는 암탉의 벼슬이

수탉에게는 수탉의 벼슬이

후티 후티 후티티 후티티 티티

마당 언저리 맨드라미같이 어울렸다.

네게 벼슬을 주면 무슨 꽃을 피우겠니?

후티 후티 후티티 후티티 티티

맨드라미같이 대가리가 붉은 여름

너는 어디에서 꽃을 찾나?

스무 살 여드름 자국 같은 뾰두라지를

짜고 또 짜서 결국 벌겋게 달아오른

마당 언저리 맨드라미에게

후티 후티 후티티 후티티 티티

네게 벼슬을 주면 무슨 꽃을 피우겠니?

암탉에게는 암탉의 벼슬이

수탉에게는 수탉의 벼슬이

후티 후티 후티티 후티티 티티

벌겋게 달아오른 저 여름의 마당 언저리

 

 

—《문학청춘》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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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모란으로 가는 길』『몽유도원을 사다』『서른 살의 박봉씨』『널뛰는 직녀에게』등과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