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오선민
2013. 2. 26. 11:57
어머니 날 낳으시고
정일근
오줌 마려워 잠 깼는데 아버지 어머니 열심히 사랑 나누고
계신다. 나는 큰 죄 지은 것처럼 가슴이 뛰고 쿵쾅쿵쾅 피가 끓어
벽으로 돌아누워 쿨쿨 잠든 척한다. 태어나 나의 첫 거짓말은 깊
이 잠든 것처럼 들숨 날숨 고른 숨소리 유지하는 것. 하지만 오
줌 마려워 빳빳해진 일곱 살 미운 내 고추 감출 수가 없다.
어머니 내가 잠 깬 것 처음부터 알고 계신다. 사랑이 끝나고
밤꽃내음 나는 어머니 내 고추 꺼내 요강에 오줌 누인다. 나는
귀찮은 듯 잠투정을 부린다. 태어나 나의 첫 연기는 잠자다 깨어
난 것처럼 잠투정 부리는 것. 하지만 어머니 다 아신다. 어머니
몸에서 내 몸 만들어졌으니 어머니 부엌살림처럼 내 몸 낱낱이
다 알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