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강(江) / 한승원

오선민 2013. 3. 15. 11:12

          강(江)


 

                                                   한승원

 

 

내 탐진(探眞)의 강에 성스럽고 풋풋한 여자 살고 있네.
언제 입 맞추고 춤추며 노래하고
언제 수다를 떨고 언제 침묵할 것인지,
언제 슬퍼하고 언제 앙칼지게 울부짖을 것인지 아는 그 여자는 밤마다
우렁이각시 되어 내 침실로 찾아와 질퍽한
사랑의 담금질로 나를 잠재워 놓고 이 강으로 돌아가네.
그 맨살의 향 맑고 달콤한 맛에 환장한 나는

바람 되어 그 여자 물살을 철벅철벅 밟아대고,

해오라기 되어 여울목에서 은어 사냥에 몰입하고,
먹구름 되어 천둥을 토하며 그 여자의 몽실몽실한 은빛 가슴에 비를 뿌리고,

산그늘 되어 그 여자의 심연에 나를 담그면

아, 타오르네, 우리 사랑 술 익는 해질녘의 타는 노을처럼.

 

 

 

 

-격월간『유심』(2011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