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나는 당신의 허기를 지극히 사랑하였다 / 이승희

오선민 2013. 11. 1. 14:46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나는 당신의 허기를 지극히 사랑하였다

 

이승희

 

 

먼 불빛 같은 얼굴로

흘러든 당신의 허기 앞에서

나는 공손한 한 마리의 뱀

사막을 걸어온 듯

당신 발가락 사이에서 모래가

별처럼 쏟아졌다

나는 별 사이를 쏘다니다가

당신의 반짝이는 허기 속으로

귀가한다

 

살 속이 따뜻하다

 

 

 

ㅡ출처 : 시집『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문학동네, 2012)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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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을 사랑한 여자는

행복하다

세상에 별은 많다

나에게 맞는 별은 귀하다

당신의 허기란

당신이 진짜 내게 맞는 별이라는 것

그 반짝이는 허기 속으로

귀가하는 이의 아름다움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

그 별의 살 속이 따뜻하다는데

이의를 달 리 없으리라

허영 하나 겉옷으로 감지 않은 여자 없으리라

그럼에도 따뜻한 살 속으로 귀가한

여자의 무전여행은 무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