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참나무 숲에서 거절당하다 / 조정권
오선민
2013. 11. 2. 22:37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참나무 숲에서 거절당하다
조정권
바람의 제자가
겨울 속으로 찾아가 문안드렸다.
참나무 숲이 말했다.
아무리 빈궁해도
난 이 겨울추위를 장작으로 팔지 않았다.
나는 추위로부터 자유로워했지만
추위가
나를 평생 구속했다는 것을.
ㅡ출처 : 『시와표현』(2011. 가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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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조를 버린다는 건
목숨을 버리는 것과 같다
참나무 숲 속의 이야기지만
인간더러 들어라고 하는 이야기다
지조를 지키면 오히려 자유롭다
지키기 위해 들이는 공이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런 노력 없이
공으로 세상 살려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추위가 참나무를 구속했다지만
추위나 참나무나 지조를 위해
자신을 지킨다는 게 어디 예사로운 일인가
한때의 빈궁에 기가 꺾이면
더 큰 어려움은 이겨내지도 못한다
자연은 조화다
그 조화를 조장하는 배려가 자연에게 있다
자연은 절대로 관계를 무너트리지 않는다
알아들을 수 있는 자는 알아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