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어머니의 발 / 이세진

오선민 2014. 2. 2. 12:26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어머니의 발

 

이세진

 

 

세상 험한 가시밭길

힘겹게 건너오신 어머니

핏기 잃은 발을 씻겨 드린다

유년 까맣게 튼 내 작은 발을 씻어 주시던 것처럼

발등과 발바닥 곱게 손으로 감싸 씻으면

맏딸 같은 엄지발가락 아래

앙증맞게 가지런히 서 있는 동생 발가락들

서로 힘을 합해 험한 세상 무사히 건너 오셨으리라

삶의 흔적 거북 등 같은 발뒤꿈치

나이테처럼 굳은 살 한 꺼풀 한 꺼풀 풀어져

먹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세숫대야

발가락 사이 해안선처럼 부드러운 어머니의 정

만약 나 보다 큰 자식의 발을 씻어 줄 날이 있다면

두 손으로 살포시 어머니처럼 감싸

꼭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ㅡ출처 : 『詩하늘』(2013. 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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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삶의 흔적이다

세상에서 발 잘못 들여놓아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지고 마는 삶이 있는가 하면

발을 제대로 들여놓아

뜻을 펼치며 재밌게 사는 이도 있다

모두 스스로 하기 나름이겠지만

발을 들여 놓는 것도 결국은 마음의 결정이다

마음 한 번 먹기가 그리 쉬운가

예스 쪽일지 노우 쪽일지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다 알고 한다면 누가 못 하겠나

어렵다, 마음먹는 일이나 발 들여놓는 일이

세상 건너가기만큼 어렵다

어머니 발 씻겨드리면서

미래의 자식에게 할 말과 행위를 생각하는

화자의 마음은 유유하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