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순천만에서 / 이공

오선민 2014. 3. 5. 19:49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순천만에서

 

이공

 

 

한사람을 가슴에 들인다는 게

 

저물어가는 순천만

외발로 선 저 재두루미 발등처럼 간절한 일이라면

 

그 사람 들물로 차오르기 전에

온전히 나를 더 비워놓아야 했을 터

 

그 사람 날물로 떠나보내기 전에

마지막 옷깃 부여잡듯

펄 주름 촘촘히 더 깊이 새겨놓아야 했을 터

 

그 한 사람 가슴에다 물들인다는 게

 

여명 직전의 순천만

재두루미 발톱마다 맺힌 피멍 같은 저 노을빛이라면

 

수평선 끌고 오는 배들의 고동처럼 아스라이

이 바다 건너 갈 수 있을 터

 

내 먼저 가닿아 북극성 같이

오래오래 그 사람 눈동자 속에서 빛날 수 있을 터

 

 

 

ㅡ출처 : 『詩하늘』(2013. 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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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다녀간 시인의 마음은

온통 갈대와 물떼와 갯벌과 석양에 젖어

시 한 수 뱉어내지 않는 이 없을 정도다

나도 그랬다

-「순천만에서 바람을 만나다」라는 시였다

이공 시인은 「순천만에서」라고 했다

순천만을 다 껴안는 형국의 시다

거기에 사랑하는 이를 접목시켜 깊다

한 사람을 가슴에 물들인다는 게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아파하고 있다

그저 만났다 헤어지는 바람 같은 존재라면 몰라도

오로지 한 사람에 대한 깊이라서

뻘 같은 깊이와 짙음이라서

비우고 먼저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