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억새 / 김려

오선민 2014. 5. 31. 12:2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억새

 

김려

 

 

항복의 깃발이 아닙니다

온몸으로 바람을 밀고 있어요

결코 뽑히지 않겠다는

저 억센 고집

바람이 지친 밤이면

보세요

어둠을 환하게 밝혀주는

낯익은 얼굴을

 

 

 

ㅡ출처 : 『천년 은행나무도 운다』(詩와에세이,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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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바람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맞을 지도 모른다

한쪽으로 비스듬히 서서 고개 숙였으니

항복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지금쯤 그는 아주 환하다

어둠을 밝힐 만큼 환하다

바람과 맞서서 그런지

바람이 지친 밤에도 그는 고개 숙인다

오래 견뎌서 다 안다는 자세다

겸손하다고 말해도 되는지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