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하지 / 남주희

오선민 2014. 7. 8. 13:10

하지

 

-남주희

 

오늘 한 일은

내 시에 토씨하나 고친 것이 전부

 

다만 간간히 들러준 바람결에

추리닝 아랫도리가 빨리 말랐으면 하는 생각

아파트 옆 공사장 망치소리에

작게 피아노 건반이라도 두들겨야겠다는 생각

냉장고 안 우무가사리 얼음 콩국이 다 떨어졌다는 생각

연봉 30억 금융회장 집에 일지매 도둑들이 설쳤으면 하는 생각

하긴 했었다

시를 꿰매고

가렵고 불투명한 지구상의 편협에 대해

40도로 달아오른 아스팔트처럼 흥분하다가

여름 화상을 견뎌내며 천치같이

엎드린, 산 뻐꾸기처럼 울고 있을 엄마를 마중 한 일도

있긴 있었다

 

거칠게 잊어야 할 일들이 무장 쌓이는

근심의 무게를 내려놓으니 더위 한 주먹에 또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