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 이선관

오선민 2014. 7. 8. 13:1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이선관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가령

손녀가 할아버지 등을 긁어준다든지

갓난애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빤다든지

할머니가 손자 엉덩이를 툭툭 친다든지

지어미가 지아비의 발을 씻어준다든지

사랑하는 연인끼리 입맞춤을 한다든지

이쪽 사람과 위쪽 사람이

악수를 오래도록 한다든지

아니

영원히 언제까지나 한다든지, 어찌 됐든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참 좋은 일이다.

 

 

 

ㅡ출처 : 시집 『어머니』(선, 2004)

ㅡ사진 : 다음 이미지

--------------------------------------------------

 

시 속에 녹아 있는 이미지는

하나가 되는 일이다

요즘처럼 남과 북이 갈라져 호흡할 수 없는 지경이고 보면

시인의 주장대로

악수를 오래도록 한다든지

아니

영원히 언제까지나 한다든지 그랬으면 좋겠지요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이 땅에서는 어렵나 보다

예의도 모르는 어른들이 있는 나라이니

아이들에게 부끄러울 수밖에 없고, 더구나

통일과 같은 하나 되기를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도 둘이 하나 되는 일이

늘 그렇지만은 아닌 때가 많은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한데

연인이야 말할 것도 없을 테지

왜, 우린 모두 그 느낌을 아니까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