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영원에 이르는 법 / 복효근

오선민 2014. 10. 27. 20:1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영원에 이르는 법

 

 복효근

 

 

 엘리베이터에서나 미용실에서

 좌우 혹은 전후로 붙어있는 거울 사이에 있을 때

 거울에 비친 모습이 반대편 거울 속에 비치고 다시 그 모습이 반대편 거울 속에 비치고

 그래서 끝 간 데를 알 수 없이 서로가 서로를 비춰주듯

 가령 그대와 내가 마주보고 있을 때

 내가 눈부처로 그대 눈 속에 비치고 그대의 모습은 내 눈 속에 눈부처로 비치고

 그 눈부처의 눈 속에 다시 그대가 비치고 내가 비치고   비친 그 눈부처의 눈 속에 서로가 서로를 끝 간 데 없이 비출 것을 생각하면

 아예 없을지도 모를 그 소실점의 거리를 생각하면

 영원에 이르는 것은 순식간이네

 그 순식간을 영원으로 이어놓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네

 다만 그대와 내가 마주 보고 있을 때

 

 

 

ㅡ출처 : 『현대시학』(2012. 7)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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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혹은 전후로 붙어 있는 거울 사이에 선

아마 이런 경험 더러 했으리라

더구나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있을 때

우연히 거울을 바라본 순간의 영원성

시인은 그래도 점잖다

그대와 나를 설정해서

눈 속의 눈부처로 비치고 비치고 또 비친다고 한다

순식간을 영원으로 이어놓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란다

다만 그대와 내가 마주 보고 있을 때

이거 재밌을 거 같군요.

같이 한번 해보세요

그리고 목욕탕에 가서 확인도 해보시고요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