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별헤는 밤 / 윤동주
오선민
2015. 2. 21. 09:28
별헤는 밤 / 윤동주
- 계절이 자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