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스크랩] 여자와 콩나물 / 최문자

오선민 2015. 2. 23. 21:56

여자와 콩나물 / 최문자

 

 

헌 시루에 불린 콩을 넣고
여자를 기른다
그릇 안에
잡힌 여자는
싹이 난다
여자는 보이지 않고
옆구리에서 움트는
흰 뿌리
여자는 말없이 육탈한다
콩나물처럼 그릇 위로 자라난다

여자가 자라나는 것은
울지마 울지마 하면서
바가지로 눈물을 퍼주는
물의 테러
쓸데없이 키가 크는
이 비린내 나는 성장을
가느다란 우울을
콩과 콩 사이를
그 사소한 구멍들을
오해와 이해 사이를
자객처럼 나타나
살아갈 발원수까지
깨끗이 내려주는 테러리스트

푸푸
물에 빠져 죽을 뻔해야
콩나물이 되는
여자.

 

 

 

최문자

서울에서 출생.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박사.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사과 사이사이 새』등과
저서: 『시창작 이론과 실제』『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사상의 상징적 해석』등 다수가 있음. 
수상: 2008년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2009년 제1회 한송문학상 수상.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윤종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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