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마종기의 「다섯 번째 맛」감상 / 이혜원
마종기의 「다섯 번째 맛」감상 / 이혜원
다섯 번째 맛
마종기
혀끝의 매운맛은, 정작
아픈 맛이라는 말에
아픈 것에도 맛이 있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렸는데, 그럼
단맛은 간지러움의 맛이고
신맛은 미움의 맛일까.
절망도 행복도 맛이 있다는 것,
더운 것이나 추운 것도
혀에게는 맛으로만 느껴진다는데
내게 오는 매일의 텅 빈 맛은
어디서 만날 어려운 하루일까.
빈 맛은 나이 탓만이 아니리.
손금에 자세히 만져지는 깊은 물길,
간절한 슬픔의 맛은 왜 따뜻할까.
하늘을 헤집고 내게 오는 친구여,
두 눈에 맺히는 소중한 맛이여.
《시와 반시》 2014년 여름호
........................................................................................................................................................................................
다섯 가지 맛이라는 짠맛, 쓴맛, 신맛, 단맛, 매운맛 중에서 매운맛은 유독 통각이라고 한다. 이 시는 아픈 것도 맛일까 하는 보편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아픔’이 매운맛이라면 단맛은 간지러움이고 신맛은 미움의 맛이란 말인가 하는 물음이 재미나다. 딴은 랭보는 소리의 색깔을 상상해보지 않았던가. “A는 빨강색, U는 초록색, O는 파랑색”이라고. 어떤 것이든 맛으로 느끼는 혀에게 하루는 어떤 맛일까? 시인의 혀에는 그것이 ‘텅 빈 맛’으로 느껴졌던가 보다. 빈 맛으로 느껴지는 나날의 삶은 다시 손금에 만져지는 깊은 물길과 연결된다. 물길은 슬픔의 맛을 연상시키고 그것은 차갑다기보다는 따뜻하다. 슬픔의 맛 중에 최고의 맛은 눈물의 맛이리라. 눈물은 슬픔이 밀려올 때면 언제든 “하늘을 헤집고 내게 오는 친구”이며 “두 눈에 맺히는 소중한 맛”이다. 우리 시에서 흔치 않은 미각을 탐구한 시로 슬프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인상적이다.
이혜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