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스크랩]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강인한 ㅡ 《문장 웹진》 친필 원고

오선민 2015. 4. 23. 14:54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강인한

 

 

이른 아침 갓 구운 핑크의 냄새,

골목길에서 마주친 깜찍하고 상큼한 민트 향은

리본으로 치장한 케이크 상자처럼 궁금한 감정이에요.

 

초보에게 딱 맞는 체리핑크는

오전 열 시에 구워져 나오지요.

십대들이 많이 구매하지만 놀라지 마셔요, 때로는

삼사십대 아저씨가 뒷문으로 들어와 찾을 때도 있어요.

 

육질 좋은 선홍색의 연애는

오후 두 시 이후에 뜨거운 오븐을 열고 나와요.

구릿빛 그을린 사내가 옆구리에 낀 서핑보드

질척거리는 파도 사이 생크림 같은 흰 거품은 덤이지요.

 

아무래도 못 잊는 블루,

그 중에서도 뒷맛이 아련해 다시 찾는 코발트블루는

땅거미 질 무렵 산책로에 숨었다가 뛰쳐나오기도 하지만요.

 

가장 멋들어진 연애는 한밤의 트라이앵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토라지는 삼각관계로 구워내

당신의 눈물에 찍어먹는 간간한 마늘빵 그 맛이지요.

 

 

                                 ㅡ 《문장 웹진》2010년 6월호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무명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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