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스크랩] 시간의 저쪽 뒷문/이영춘선생님

오선민 2015. 5. 20. 10:09
 
      시간의 저쪽 뒷문
      어머니 요양원에 맡기고 돌아오던 날
      천 길 돌덩이가 가슴을 누른다
      “내가 왜 자식이 없냐! 집이 없냐!” 절규 같은 그 목소리
      돌아서는 발길에 칭칭 감겨 돌덩이가 되는데
      한때 푸르르던 날 실타래처럼 풀려
      아득한 시간 저쪽 어머니 시간 속으로
      내 살처럼 키운 아이들이 나를 밀어 넣는다면
      아, 아득한 절망 그 절벽……
      나는 꺽꺽 목 꺾인 짐승으로 운다
      아, 어찌해야 하나
      은빛 바람결들이 은빛 물고기들을 싣고 와
      한 트럭 부려놓고 가는 저 언덕배기 집
      생의 유폐된 시간의 목숨들을
      어머니의 시간 저쪽 뒷문이 자꾸
      관절 꺾인 무릎으로 나를 끌어당기는데
      詩/이영춘

출처 : 이영춘 시 창작 교실
글쓴이 : 연아당(박옥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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