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스크랩] 분홍들 / 채수옥
오선민
2015. 8. 17. 13:00
분홍들
채수옥
찰칵!
잘라낸 허벅지와 가슴을 화면 속으로 밀어넣는다
댓글처럼 매달리는 눈알들
다글다글 몰려들어 화면을 뜯어낸다
젖가슴과 배꼽 사타구니 사이로 피가 솟는다
붉게 물드는 채팅창을 핥는 뜨거운 혓바닥
아이스크림을 빨며
뽀송한 알몸을 노트처럼 던져버린 아이들
분홍 살점 한 장씩 뜯어내며 나무를 벗어던진 꽃잎들
찰칵찰칵찰칵!
렌즈 속으로 모여들어 안녕
충혈된 눈알들
분홍 살점 오리고 붙이며 꺼져가는 맥박을 더듬는 밤
녹아내리는 나무 밖으로 얼굴 없는 아이들 걸어나온다
비린내가 난다
—《시인동네》201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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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옥 / 1965년 충남 청양 출생.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2년《실천문학》에 「고문(拷問)」외 2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비대칭의 오후』.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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