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스크랩] 의자//이봉주 (제7회 강원문협신인문학상 당선작 중 1편)
오선민
2016. 2. 16. 00:47
의자
이봉주
파고다공원에 등 굽은 뼈마디로 앉아 있는 노인
옹이 같은 동공 속에 옛 기억을 깊게 감추고 있다
한 움큼 숨결에도 삐걱거리는 나이테의 흔적이 지문처럼 흐릿해질 때
거미줄에 걸려 있는 마른 잎의 음계가 깊게 주름진 얼굴을 더듬고 있다
낮달 뒤에 숨은 어둑한 시간이
가슴 속에 휙, 바람 한 점으로 휘돌다가 부서진다
이젠 얕은 바람의 무게마저 힘겨운지
손톱 속에서 자라는 꿈
나목裸木 그림자 아래 길게 내려놓은
빈 의자가 된 노인
허공을 바라보던 눈으로
울컥
울컥
헐거워진 몸의 나사를 조이고 있다
출처 : 이영춘 시 창작 교실
글쓴이 : 너의 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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