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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을 밟으며 / 정호승 (낭송 오선민)

오선민 2010. 10. 7. 07:36

                 모닥불을 밟으며

 

                                           정호승/  낭송 오선민

 

모닥불을 밟으며 마음을 낮추고

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 한다

떠돌면서 잠시 불을 쬐러 온 사람들이

추위와 그리움으로 불을 쬘 때에

모닥불을 밟으며 꿈을 낮추고

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 한다

 

모닥불에 내려서 타는 새벽 이슬로

언제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겠느냐

사랑과 어둠의 불씨 하나 얻기 위해

희망이 가난한 사람이 되기 위해

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

언제 다시 우리가 재로 흩어지겠느냐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잠시

모닥불을 피우면

따뜻해 지는 것이 눈물만이 아닌 것을

타오르는 것이 어둠 만이 아닌 것을

모닥불을 밟으며 이별하는 자여

우리가 가장 사랑할 때는 언제나

이별 할 때가 아니었을까

 

바람이 분다

모닥불을 밟으며 강변에 안개가 흩어진다

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

먼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은 모두 꿈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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