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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 차영호

오선민 2013. 11. 8. 21:22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해국

 

차영호

 

 

 내 잠은 해안선의 녹슨 철조망, 누구든지 무시로 드나드는 개구멍이 나있어 조붓한 비탈길은 으레 빤질거렸으나 제풀에 무너진 벼랑 같아 나는 늘 심드렁했다

 

 계절처럼 느닷없이 네가 스며들었다 하늘 밑 핥아대는 겉파도를 타고 잠입하여 발치에서 머리꼭대기까지 초근초근 적시었다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연보랏빛 향香, 나도 이제는 가을 바다를 그릴 퉁소 하나쯤 품어도 되지 않을까

 

 

 

-출처 : 시집『애기앉은 부채』(문학의전당, 2010)

-사진 : 詩하늘 이온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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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시인은

구룡포에서 대보 호미곶으로 가는 해파랑길에서

해국군락지를 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시 속의 배경이 그러해서다

지난 날 가을이면 시하늘 해국문학기행이 있었다

해국도 해국이지만

물회와 쇠주로 불콰해진 마음을 달래려

해파랑길을 걸었던 추억은 잊을 수 없다

이따금 돼지감자 찾았다며 맛보게 하던 일도 잊을 수 없다

바다에 오면 해국 같은 마음이거나

물회 같은 감격이거나 파랑 같은 격정이 있어야 한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미지근해서야 어찌 저 해국의 마음을 불러내리

연보랏빛은 바다를 닮은 해국의 순정일지도 모른다

해국은 퉁소 소릴 받을 만큼 넉넉한 잎을 가졌다

올 가을 시인의 퉁소 소릴 들으러

호미곶으로 시하늘을 몰고 가야겠다

이미 격랑 속에서는 연주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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