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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애월涯月이라는 / 박미경

오선민 2014. 6. 18. 15:40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애월涯月이라는

 

박미경

 

 

슬픔도 낯설고 한갓질 때는 거기

애월에나 가겠다

거기 검은빛 밤바람 파도 소리에게

큰 소리로 붉음이 가신 흰 입술로나 말하겠다

어떤 커다란 슬픔으로 넌 까만 돌빛이 되었는지

그토록 고상한 돌옷이라니 말 못할 아픔으로 그렇듯

끄떡없는 전생의 바람빛이라니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걸 알면

네가 얼만큼 깜짝 놀랠 건가 하는지에 대하여

달빛 찰박찰박 스며든 밤바다에게

조곤조곤 일러주겠다

애월이 만약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말없이 손으로 찍은 물 그림 한 장 보여주겠다

물방울같이 가뭇없는 흰 소리로나 말하겠다

이윽고는 없어질 내 손가락 지문이나 찍겠다.

 

 

 

ㅡ출처 : 시집 『슬픔이 있는 모서리』(문학들,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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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물이 어떻게 노는지 알려면 달과 친해야 한다

애월에는 물 천지다

끄떡없는 전생의 바람으로 파도가 흰 입술로 말하는 곳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그를 사랑해 주는 뭇사람의 애정에 답하려

오늘도 애월에는 흰 입술에 달빛이 찰박찰박 스며든다

굳이 애월만이 애월이 아니라

제주도는 어딜 가나 커다란 슬픔 같은 까만 돌빛이 지천이다

그런 곳에서 손으로 찍은 물 그림은 손쉽다

슬픔과 아픔을 노래하면서까지 생을 고백한다

애월에는 파랑에 떠밀려와 스러진

슬픔과 아픔을 달래는 흰 입술이 있다.

그걸 우리는 물거품이라 한다

하루종일 그 짓에 신명나려면 내가 단단해야 한다

한가하고 조용할 때 가는 애월이라면

애월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니다

달과 친해지는 여느 바다와 같다

달밤에 바다가 더 따뜻해 보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 같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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