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반계리 은행나무 2 본문
반계리 은행나무
오선민
천 년 동안
매미는
칠 년 씩 백사십 삼 년
태어나고 죽고
백년도 못사는 우리가
어떻게 저 마음을 알 수 있을까
텃밭으로 향해 뻗어가는 뿌리
잘라낼 수 있는가
중심에 테를 두르고 서 있는 나무
땅 속 뿌리 옆에 누워있던 애벌레
스멀스멀 커져가는 욕망에
힘껏 날개를 폈지만
생명이라고 주어진 시간은 칠 일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려
낮이고 밤이고
맴맴 매에엠 메엠 쓰르르르
지금
반계리 텃밭에는
매미소리 끊이지 말라고
냄새 없는 은행잎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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