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꼬끼오 / 김선굉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꼬끼오
-대봉동 블루스 · 1
김선굉
이백오십만 명 넘게 사는 대구광역시 한복판에서 고끼오, 하고 새벽닭이 울었다. 괜히 깨어 있다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닭이 꼬끼오, 하고 한 번 더 울자, 방천시장 부근을 흘러가던 신천이 뭐 저런 닭이 다 있노 하면서, 고개를 휙 돌리다 제 발에 걸려 철퍼덕 넘어지는 소리 들린다. 그 녀석이 홰치는 소리까지 내면서 꼬끼오, 하고 한 번 더 길게 울었다. 그 소리에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이럴 때 노래를 불러야 하나.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아서 나는 노래를 불렀다. 홰를 치듯이 두 팔을 치켜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그만 꼬끼오, 하고 말았다. 신천이 속지 않고 제 갈 길로 흘러가고 있었다.
ㅡ출처 : 『대구의詩』(대구시인협회,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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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신천이 원래는 고산골 입구(용두방천)에서
건들바위 앞으로 흘러 갔는데
지금의 물길로 바뀐 것이다
물길이 어디로 흘러갔던 물은 제 길을 거스르지 않는다
지금의 물길은 인위적으로 바뀐 것일 뿐이다
그런데 신천을 끌어들여 농치는 이 시인
꼬끼오 소리에 신천이 제 갈 길을 바꾸겠는가
지금도 안 될 것은 없지만
원래 물길대로 신천을 다시 낸다면
엄청난 공사에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대구 도심으로 물길이 흘러
비산동(날뫼)으로 흐른다면
환경이야 좋아지겠지만
지금 사는 곳에서 이주도 해야 하고
행정적인 일이 엄청 어려워지리라
농은 농일 뿐, 시 한 편 읽고 웃어보는 일도 오랜만이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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