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빈 산(천지일보 2014.07.10) 본문
2014. 07. 10
[마음이 머무는 시] 빈 산 ㅠ이영춘
마을 논바닥이 다 말라갔다
먼 산 바라보며 빈 쌀독 빠각 빠각 긁어대던 어머니
산그늘 중턱엔 뻐꾸기 소리 요란한데
마른 젖 물리고 긴 뻐꾸기 울음소리로 울던 어머니
[시평]
뻐꾸기가 뻐꾹뻐꾹 우는 봄날, 그 봄은 우리의 어린 시절 보릿고개라고 불리는 춘궁기(春窮期)였다. 지난 가을 추수를 해 둔 곡식도 바닥이 났고, 아직 보리가 여물지 않아 수확을 하지 못한, 보리가 익을 때까지 힘들게, 힘들게, 삶의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 보릿고개.
먼 산이나 바라보며 빈 쌀독 긁어보는 어머니의 그 마음 얼마나 아팠을까. 먹지를 못해 젖도 나지 않는 말라버린 젖을 어린 자식에게 물리고, 갑절이나 길어진 한낮을, 구슬픈 뻐꾸기 울음소리나 들으며, 그 뻐꾸기마냥 울어야 했던 우리의 어머니들.
오늘 배부르고 따뜻하여 그 시절 잊은 듯하나, 실은 그리 쉽게 잊히지는 않으리라. 그 춘궁기를 힘겹게 버티고 건너왔기에 오늘의 우리가 또한 있는 것. 봄이 와 뻐꾸기 뻐꾹뻐꾹 울고, 문득 뻐꾸기 울음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먼 산 바라보면, 힘겹게 건너던 보릿고개. 그러나 결코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던 우리의 어린 그 시절, 아 아 아려한 추억마냥 생각이 나는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출처 : 이영춘 시 창작 교실
글쓴이 : 이종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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