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음악을 죽인 거리 / 고형렬 본문
음악을 죽인 거리 / 고형렬
오래된 순간이었다,
음악 상자가 길바닥에 떨어진 것은
치아교정이 부서지고 옷이 찢어졌다 하체가 해체됐다
보청기 모양의 아기, 고무 타이어에 으깨지고
모든 기능은 멈추었다
그녀의 귓구멍만한 레시버, 생의 거짓이 도로에 누웠다
바리케이트 너머 사이렌을 울어도
환한 열 손가락은 하늘을 향해 모두 폈다 마디에 그녀의
힘이 빠져나가는 도심
흩어진 머릿결 속에서 빨간 피가 천천히 흘러나왔고,
한 마리, 피의 줄기 같은 우스꽝스럼
음악이 죽은 거리는 갑자기 어느 생의 아침이 딱 멈춘
텅빈, 비현실 도로
나는 매일 그녀가 죽은 그 자리를 피해 건넌다
마치 펭귄이 남극에서 달로 건너듯
왼쪽 뺨과 오른쪽 귀에 음악이 파닥이는 오전 8시
한 여자가 아스팔트에 작은 코를 박고
쓰러져,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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