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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술잔의 지문 / 윤성택

오선민 2011. 3. 4. 02:06

술잔의 지문  / 윤성택                                          

 

소주잔 속 지문의 소용돌이가 인다 

살갗은 타원은하처럼 유리와 밀착되어 있다 

그 중심에서 잔은 자전해 오고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익히며 

조금씩 얼굴이 붉어져갔다 

포장마차가 있는 골목은 

불시착한 행성의 길,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력 때문인가 

문득 어지럽다 

가로등은 혜성처럼 꼬리가 길고 

숨 밖으로 알코올이 푹푹 증발한다 
        
몇 개 기억이 지워진 채 나는 집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며칠 후 

택시에 두고 내린 지갑에서 

주민등록증만 우편함으로 되돌아왔다 

뒷면의 지문을 들여다보았다 

수없이 떠났으나 

되돌아올 수밖에 없던 고향이 

그곳에 있었다, 여전히 그 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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