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술잔의 지문 / 윤성택 본문
술잔의 지문 / 윤성택
소주잔 속 지문의 소용돌이가 인다
살갗은 타원은하처럼 유리와 밀착되어 있다
그 중심에서 잔은 자전해 오고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익히며
조금씩 얼굴이 붉어져갔다
포장마차가 있는 골목은
불시착한 행성의 길,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력 때문인가
문득 어지럽다
가로등은 혜성처럼 꼬리가 길고
숨 밖으로 알코올이 푹푹 증발한다
몇 개 기억이 지워진 채 나는 집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며칠 후
택시에 두고 내린 지갑에서
주민등록증만 우편함으로 되돌아왔다
뒷면의 지문을 들여다보았다
수없이 떠났으나
되돌아올 수밖에 없던 고향이
그곳에 있었다, 여전히 그 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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