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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렌보임은 조강지처를 버린 냉혈한일까?

오선민 2011. 8. 15. 08:26

바렌보임은 조강지처를 버린 냉혈한일까?


일제로부터 독립한지 66돌, 대한민국 정부를 세운지 63돌인 오늘 오후7시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립니다. 건강편지에서도 몇 번 소개한 ‘평화의 전도사’ 다니엘 바렌보임이 개최하는 ‘바렌보임 & WEDO 평화 콘서트’가 펼쳐지지요.

WEDO는 견원지간으로 알려진 아랍과 이스라엘의 젊은 연주자들로 이뤄진 오케스트라입니다. 소프라노 조수미,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지민, 베이스 함석헌과 서울모테트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국립합창단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지요.

바렌보임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한 주민 모두가 이 콘서트에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공연을 수락했다”면서 “북한 주민이 올 수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떤 갈등도 상호간의 대화 없이 풀린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풀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렌보임은 비운(悲運)의 첼리스트 자클린느 뒤 프레의 남편으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음악 애호가들 중에는 바렌보임이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아내를 버린 비정한 음악가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여러 자료들을 보면 함부로 매도할 수만은 없는 듯합니다.

자클린느 뒤 프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태인 바렌보임을 만나 유태교로 개종하고 ‘7일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 결혼합니다. 그러나 음악에만 빠진 바렌보임과 불화를 겪으면서 술과 진정제에 의존하다가 다발성 경화증에 걸려 비운의 생을 마감합니다. 자클린느의 언니 힐러리의 책에 따르면 바렌보임은 한동안 병원에도, 무덤에도 찾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렌보임이 힐러리에게 “나는 자클린느의 음악적 재능을 그리워하지만 원래 무덤에는 가지 않으며 어머니의 무덤에도 찾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자클린느와 절친했던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와 줄리안 로이드 웨이브 등과 힐러리의 딸도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하니, 이를 토대로 그를 냉혈한으로 낙인찍는 것은 조심해야 할 듯합니다.

음악이 인류에 평화를 가져다올 수 있다고 믿는 사람, 그러나 아내의 행복을 지켜주지는 못했던 이 음악의 천재가 오늘 남북의 평화를 기리며 연주회를 엽니다. 세계의 음악가들이 바렌보임을 그토록 존경하는 것을 보면 그가 슬픔을 승화했을 가능성이 더 큰 것 같고, 그러기에 이를 극복하고 평화의 연주를 펼치는 것이 더 뜻있는 것도 같고…. 여러분 생각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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