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뉴욕타임스가 테러리스트의 글을 8면에 걸쳐 실은 까닭? 본문
뉴욕타임스가 테러리스트의 글을 8면에 걸쳐 실은 까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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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오늘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마치 거짓말처럼 똑같은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무려 8면에 걸쳐 3만5000 단어의 장문이 도배됐습니다. 기고자는 자유클럽(Freedom Club). FBI가 유나버머(Unabomber)라고 이름을 붙인 테러리스트였습니다. ‘University And Airline Bomber(대학과 비행기 폭탄 테러리스트)’의 준말이지요. 유나버머는 1978~1995년 16번의 폭탄 테러로 3명을 죽이고 24명을 다치게 했지만 실마리도 못 잡았던 인물입니다.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양대 권위지가 테러리스트의 요구에 응했다는 데 놀랐고, 그 글이 미치광이의 글로 무시할 수 없다는 데에 또 놀랐습니다. 유나버머는 신문사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였지만 인류를 위해 할 수 없었다”면서 “선언문을 게재하면 테러를 중지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신문가 간부들은 석 달 이상 논의 끝에 게재를 결정했습니다.
‘유나버머 선언문(Unabomer Menifesto)’은 “산업혁명 이후 현상들은 인류의 재앙”이라는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유나버머는 현대 산업기술 시스템이 인류에게서 자율성과 자연과의 유대를 빼앗고 본성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끔 만들어 인간 자유의 종말을 초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사회주의자, 가치지상주의자, 페미니스트, 성적 소수 운동가 등의 좌파(Leftism)가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들의 반(反) 개인주의, 친(親) 집단주의는 인류의 또 다른 위험이라고 주장합니다. 좌파는 열등한 이미지를 가진 집단을 동일화하고 미국, 서구문명, 합리성 등을 증오하지만 결국 그럴싸하게 포장된 권력욕망일 뿐이라는 해석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가을은 왔습니다. 갈바람이 뺨을 스칩니다. 하늘은 바짝 올라가 붙었습니다. 구름 때문에 더욱 파랗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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