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사람을 잡아먹으며 버틴 표류의 기록 본문
사람을 잡아먹으며 버틴 표류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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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때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에 실린 어느 기사의 이미지 사진을 보고 숨이 막혔습니다. 바로 위의 그림입니다. 나중에 파리 루브르 박물관 벽에 걸린 이 그림을 다시 만났을 때 그 감동이란…! 1791년 오늘 태어난 프랑스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가 27세 때 그린 명작 ‘메듀사의 뗏목’입니다. 가로 491㎝, 세로 716㎝의 대작이지요. 그림의 이야기는 1816년 지금의 서아프리카 모리타니 앞바다를 항해하던 군함 메듀사 호가 침몰하면서 시작합니다. 지금 용어로 말하면 ‘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무능한 선장은 선원과 선객들을 남기고 자기만 피신해버렸습니다. 남은 147명은 파손된 배를 이어서 뗏목을 급조해서 ‘생존 투쟁’을 벌입니다. 그러나 가진 것은 비스킷 몇 조각과 물 몇 통, 와인 몇 병 뿐. 13일 표류한 끝에 우연히 구조됐을 때에는 15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그림은 인근 배에 우연히 발견될 때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지요. 생존자들은 굶주림, 탈수와 싸웠으며 약자의 시신을 뜯어먹고 버텼습니다. 이 극한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나중에 정신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마칩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을 실은 배가 난파됐어도 ‘남의 일’처럼,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의 부패, 무능과 인간의 생존 본성이 처절하게 드러난 사건이었지요. 제리코는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가 이 사건을 접하고 화폭에 담습니다. 보다 생생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생존자를 인터뷰하고 뗏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명작을 탄생시킵니다. 삼각형의 안정된 구도이지만 인물 한 명 한 명의 표현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그림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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