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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종화가 만든 시노래 12곡

오선민 2011. 10. 7. 16:52

유종화가 만든 시노래 12곡 

 

 

01. 반도의 별

오봉옥 시 / 박문옥, 박양희 노래 / 유종화 곡

 

울 엄니 별 밭에는요
글씨 지는 꽃만 피었당게요
밤낮으로 가르쳐 농게요
지 맘대로 져 부른 꽃들

 

 

02. 그만큼 행복한 날이

심호택 시 / 유종화 곡 / 허설 노래 

 

그만큼 행복한 날이
다시는 없으리

이제는 지나가 버린

내 어린 그 시절

싸리빗자루 둘러메고
살금살금 잠자리 쫓다가
얼굴이 발갛게 익어 들어오던 날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먹을 것 없던날

그만큼 행복한 날이
다시는 없으리

 

 

03. 바람 부는 날

유종화 시/ 유종화 작곡/ 김원중 노래

 

바람 부는 날 내 마음속엔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가슴속엔 슬픈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비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속에 있는 걸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그대 향해 떠나네
바람 따라서 구름 따라서 포두 향해 떠나네

 

04. 먼 산

안도현 시 / 유종화 곡 / 이미랑 노래

 

저물녘

그대가 나를 부르면

나는 부를수록 멀어지는 서쪽 산이 되지요

그대가 나를 감싸는 노을로 오리라 믿으면서요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숨기고

그대의 먼 산 되지요

 

 

05. 오살댁 일기

유종화 시/ 유종화 작곡/ 유종화 낭송

닷새 동안 품앗이하다 몸살 져 누운
오살댁
공판장에서 허리 다쳐 들어온
오살양반에게 아랫목 내주고
몸빼 줏어 입으며 일어납니다.
보일러 놓을 돈 보내준 것으로
올 한 해 효도를 끝냈던 터라
어김없이 전화통은 울리지 않고
민수 서울 가던 날
-- 오살댁 인자 고생 다 혔구만
-- 오살양반은 고생 끝났당께
동네 사람들 부러워서 던지던 말
귓가에서 쟁쟁거립니다.
오살댁,
서울 쪽 한번 흘끔 쳐다 보더니
오살양반 들릴락말락 하게
한마디 합니다.
... 오살헐 놈

 

 

06. 사랑의 풀씨가 되어

서홍관 시/ 유종화 작곡/ 박문옥 노래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우리 이 땅의 어디로 엔지
안개처럼 피어나는 묻어둔 이야기며
구름처럼 많기도 했던 못다한 일들이며
묵묵히 남겨둔 채로
빈 가슴 부벼댈 언덕을 찾아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기다림의 땅 한반도에

황량한 벌판에 흙먼지 날리어도
대지의 속살 깊이 뿌리 내리고
찬연한 풀꽃 한 송이 찬연한 꽃 한 송이 피워내야지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기다림의 땅 한반도에


 

 

07. 땅

안도현 시/ 유종화 작곡/ 김원중 노래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보랏빛 소리  나팔소리  들리리
날마다  눈물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덩굴이  애쓰며 손 내미는 것을
내게  땅이 있다면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아들에게
다만 나팔꽃 진 자리마다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08. 개망초

유강희 시/ 유종화 작곡/ 박양희 노래

이 고개 저 고개 개망초꽃 피었대
밥풀같이 방울방울 피었대
낮이나 밤이나 무섭지도 않은지
지지배들 얼굴마냥 아무렇게나  
아무렇게나 살드래
누가 데려가주지 않아도
왜정때 큰고모 밥풀 주워 먹다
들키었다는 그 눈망울
얼크러지듯 얼크러지듯
그냥 그렇게 피었대

 


 09. 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백창우 시/ 유종화 작곡/ 최현태 노래

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먹장구름 다 걷히고 고운 햇살이 내릴까
힘겨운 삶의 저 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리워
나 오늘도 빈 하늘만 보네

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굿은 비 다 그치고 맑은 바람이 불까
어둠 저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잊혀진 얼굴 다시 살아나
내 쓸슬한 노래가 되네


 

 

10. 사평역에서

곽재구 시 / 유종화 작곡 / 박종화 낭송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11. 감꽃

김준태 시/ 유종화 작곡/ 유종화 노래

어릴 땐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 머리를 세고
지금은 침 발라 돈을 세지
먼 훗날엔 무얼 셀까

 

 

12. 바람 부는 날

유종화 글, 곡 / 이미랑 노래

바람 부는 날 내 마음속엔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가슴속엔 슬픈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비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속에 있는 걸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그대 향해 떠나네
바람 따라서 구름 따라서 포두 향해 떠나네

 

 

<시인의 약력>

유종화

 

ryu_jong_hwa.jpg · 1958년 전북 김제 출생

 · 1994년 <<민족극과 예술운동>>

             봄호에 평론 <노랫말 속에서의 시인의 몫찾기>를 발표

 · 1995년 <<시와 사회>> 

            봄호에 시 <오살댁 일기(연작> 발표로 작품활동 시작

 · 나팔꽃 동인

                     · 시집 <바람부는 날> <노래로 듣는 시>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그리울 때마다 꺼내 읽는다>

 

 

 

 

 

출처 : 소띠들의방(C&B 61)
글쓴이 : 겸이(영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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