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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창작강의 및 문학이론

[스크랩] *시의 회화성(繪畵性)

오선민 2013. 8. 5. 11:02

*시의 회화성(繪畵性)
  




 시의 언어는 그 음악성과 아울러 그림 그리듯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질을 시의 회화성이라고 한다. 시의 외형적인 운율을 배척하는 대신 오늘의 시인들은 상상력에 의해서 언어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의 매력이 귀로 듣는 음악적인 것에서 이제는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는 회화적(이미지-image)인 면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아마도 1913년경, 미국의 시인이며 평론가인 에즈라 파운드(Ezara Pound)가 주동이 된 이미지즘(imagism-寫象運動 :사상운동)운동이 일어난 때부터이며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프랑스에서 전개된 쉬르레알리즘(surrealism-초현실주의)과 독일에서 일어난 신즉물주의(new objectivity)운동은 여기에서 가일층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시는 언어로 노래하는 대신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서 이미지를 말한다. 우리가 가령 슬픈 일을 당하였을 때 ‘나는 슬퍼서 울었다’라고 직설적인 의사의 전달보다는‘나는 속눈썹을 적셨다’라고 한다면 언어의 그림으로서 이미지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흔히들 어떤 자극이 우리의 상상력을 통하여 실제로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머리 속에 연상한다면 그 때 떠오르는 영상(映像)을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에서는 이 영상을 언어로 표시하는 비유(比喩)를 뜻한다. 따라서 이미지는 주로 은유(metaphor)의 성격을 띄게 되는데 이 이미지는 상상력의 소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상상력에 의해서 언어의 그림을 그려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다시 자극시키는 현대시의 맛을 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상이란




(1) 심상의 개념


심상은 언어에 의해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물의 감각적 영상이나 느낌을 뜻한다.


순수 한국어로는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지란 바로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언어인 것이다.



(2) 심상의 기능


① 구체성 :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언어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 여인은 아름답다』는 개념적 서술보다는『그 여인은 아침 이슬을 머금은 한 송이 백합이었다』(은유에 의한 이미지)는 표현이 더 구체적이다.



② 함축성 : 여러 가지 의미와 느낌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준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이라는 시구에서 모란이 떨어짐은 보람의 상실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③ 직접성 : 감각적 경험과 구체적 사물을 나타내는 언어로써 이루어진 이미지는 뚜렷하고 직접적인 인상을 준다.


『들썩이는 들녘』이라는 시구는 봄이 다가와 활짝 피어오름을 들썩이는 것으로 감각적 표현을 쓰고 들녘이라는 구체적 사물을 도입하므로서 봄의 이미지를 뚜렷이 드러내주었다



(3) 심상의 종류



정신적 이미지(Mental image)
정신적 이미지란 언어에 의해서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각적 이미지다. 이것은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미각적, 촉각적, 기관적이미지, 그리고 근육감각적 이미지 등으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시인은 한 대상에 대하여 한 감각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감각이 동원되어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공감각(synaesthesia)이란 것이 생겨난다. 공감각은 첫째 대상에 접하여 촉발된 한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두 개 이 상의 감각이 합쳐진 형태다.



① 시각적 심상 : 색채, 명암, 모양, 움직임 등 눈을 통해 떠올리는 이미지
- 마알간 / 꽃대궁들이 / 물빛으로 / 흔들리고. <유재영 둑방길>
-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진 길 <김광균 추일서정>
-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김광균의 외인촌>
-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조지훈 승무>
-퉁퉁 부은/ 볼 살 모양/부푼 대지 <홍연희 봄 봄>
- 시득부득/처진 풀잎 /일으켜 세우던 <홍연희 장맛비>
-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논개>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위에 /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청각적 심상 : 소리의 감각에 호소하는 이미지


- 돌돌돌 개울물 흘러가고 <김상옥 사향(思鄕)>


- 손톱으로 툭 튕기면 / 쨍하고 금이 갈 듯 <이희승 벽공>


- 접동/접동/ 아우래비 접동 <김소월의 접동새>


- 까마귀 가왁가왁 새며 울었소 <김소월의 길>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도종환 어떤 마을>
-퍽, 소리 하나로/ 찌그러진 몸통 <홍연희 살만한 집>.




미각적 심상 : 맛의 감각을 이용한 이미지


-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정지용 고향>


-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김상옥 사향(思鄕)>


-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 흡사/정처럼 옮아오는/막걸리 맛 <김용호의 주막에서>


-달콤함을 잃지 않은/천하지 않은 만목 <홍연희 포도나무>




후각적 심상 : 냄새의 감각을 이용한 이미지


-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장만영 달, 포도, 잎사귀>


-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김상옥의 사향>


-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도종환 어떤 마을>


- 매화향기 홀로 가득하니 <이육사 광야>


-작은 골목/냉차 향기 <홍연희 이별시간>


-풍경을 조롱하는 향기/탄닌 발사 할 시간을 재촉한다<홍연희 포도나무2>




촉각적 심상 : 피부에 닿는 촉각에 관계된 이미지.


-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김종길 성탄제>


-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도종환 어떤 마을>


- 포근한 봄의 졸음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 내 볼을 빨갛게 간지럽히는 가을의 공기
-도도한 입술/ 열리지 않아도 <홍연희 늙은 눈물>


공감각적 심상
: 두 종류 이상의 감각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이미지,
                    즉 감각이 전이되어 표현된 것이다.
-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청각의 시각화) <정지용 향수>
- 목이 긴/ 메아리가/자맥질을/하는 곳(청각의 시각화) <유재영 둑
방길>
- 피라미 은빛 비린내 (후각의 시각화) <유재영 둑방길>
-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청각의 시각화) <김광균 외인촌>
- 가시 섞인 눈물 (청각의 촉각화) <홍연희 꿈꾸는 모성>
- 나비 허리에 /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시각의 촉각화)
                                        <김기림 바다와 나비>
- 태양의 즐거운 울림 (시각의 청각화) <박남수 아침 이미지>
- 관이 향기로운 너는 (시각의 후각화) <노천명 사슴>
- 동해 쪽빛 바람에 (촉각의 시각화) <유치환 울릉도>
-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청각의 후각화)
                                   <한용운 님의 침묵>
-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촉각의 미각화) <이육사 절정>
-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청각의 시각화) <서정주 문둥이>



비유적 이미지(Figurative image)
비유적 이미지란 주로 비유적 양식으로서의 이미지를 말하는데 대체로 이미지가 비유의 형식을 띠고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비유적 이미지에서 이미지는 주로 관념에 봉사하는 역할 한다. 곧 직유, 은유, 제유, 환유, 의인법, 우화법, 상징 등의 비유형식을 띠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엄밀하게는 정신적 이미지에도 직유, 은유 따위가 쓰일 수 있어 구분이 애매하지 만, 그것이 주로 기능하는 작용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정신적 이미지인가 비유적 이미지인가가 구분되어야 한다.




상징적 이미지(Symbolic image)
상징, symbol은 '짜 맞춘다'의 뜻을 가진 희랍어의 동사 symballein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희랍어의 명사인 symbolon은 부호, 증표, 기호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런 어원적 의미로 보면, 상징은 기호로서 다른 어떤 것을 '대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이 상지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일반적인 의미다.
상징은 그 자체 이외의 무엇을 나타내거나 지시의 범위를 갖는 물체나 사건을 표상하는 단 어 혹은 구이므로, 단어나 구가 명실공히 상징이 되려면 언어적 상징과 문학적 상징을 겸해 야 한다. 상징에는 십자가가 기독교를 상징한다던가,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는 것 같은 인습적 상징(conventional symbol)도 있지만 작자 자시의 개인적 상징(private symbol)도 있다.




※ 우리 시의 회화성


현대시에서 심상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현대시가 음악성보다는 회화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에서는 1930년대 중반의 모더니즘(주지시파;主知詩派)이 서구 이미지즘이 영향을 받아 주로 시각적 심상에 의한 시의 회화성을 추구했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 옆에서』라는 시를 보면,


첫 연에는 소쩍새 울음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고,


둘째 연에도 천둥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으며,


셋째 연에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이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그려졌고,


넷째 연에는 무서리라는 시각적인 이미지와 잠도 오지 않는 나의 불면이라는 내면적인 체험이 나타나 있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따로 떨어져 있지를 않고 전체적인 시의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국화에 비겨서 생명의 탄생 과정의 어려움을 노래한 이 시의 주제는 곧 각 연의 구체적인 이미지 속에 용해되어 있고, 이들이 유기적인 연관을 맺어서 비로소 뛰어난 한 편의 시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




뎃상 - 김광균



1.


향료를 뿌린 듯 곱단한 노을 우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 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3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불면 꺼질듯이 외로운 들길.



김광균의 시는 한폭의 수채화처럼 시각적 이미지를 살리고 있는데, 여기 인용한『뎃상』에서도 '구름은 보라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등과 같이 회화적인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향료를 뿌린듯 곱단한 노을'에서와 같이, 김광균은 특히 색채적 이미지를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어서,『외인촌』,『오후의 구도』,『와사등』,『가로수』,『설야』등에는 색채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가 눈이 부실 정도로 나타나 있다.




*각자의 작품안에서 어떻게 이미지를 살리고 있는지 살펴보자

출처 : 茗田의 차사랑,도선국사 풍수연구소
글쓴이 : 茗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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