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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등촉 / 김다빛

오선민 2013. 11. 1. 14:48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등촉

 

김다빛

 

 

생각한다

이 눈부신 봄날

알 수 없는 질서로 배열된

저 수백 개 백목련 등촉들이

외롭게 죽은 화가의 그림 속

측백나무 결만 같아서 아마

핀 것이 아니고 켜진 어떤

회전 구조 위에 점화되어

긴긴 밤을 돌고 돈

몽유의 흔적인 것인가 하고

 

 

 

ㅡ출처 : 『詩하늘』(2012. 여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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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순백의 목련이 뷔너스처럼

한 잎 한 잎 옷을 벗어

주위를 밝히던 등촉 같았는데

아니면, 화자의 말마따나

측백나무의 결이

회전 구조 위에 점화되어

긴긴 밤을 돌고 돈

몽유의 흔적이었는지

봄날이 눈부신 것도

순백의 목련이 그 자태를

화려하게 뽐낸 것이 아닐까

등촉으로 변신한 시 속의 목련이

화자의 의식만큼이나 세련되다

수백의 등촉인가 하면

수백의 기도하는 모습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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