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생명을 먹이는 일은 본문
생명을 먹이는 일은 그해 봄, 베란다 화분에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 바람이 품어 온 민들레 씨앗, 저 홀로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동풍이 불고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날, 9층 베란다 창밖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 흙만 쪼는 모습이 보기 미안해 쌀 몇 알을 뿌려 주었다. 며칠 후에는 흰 비둘기가 등장했다. 생명을 먹이는 일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배부른 일이라서, 비둘기 몫으로 보리쌀을 한 봉지 구입했다. 비둘기의 깃털 색깔을 다서 깜비와 흰비라고 이름을 지었다. - 김규나, 수필 '비둘기 랩소디' 중에서 - 반려동물뿐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동물에게까지, 그리고 식물에게까지 따스한 눈길을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설사 그냥 지나친다 해도 그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마음은 누구나 갖는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말이 맞는가봅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어느 한 종족만이 지배하는 곳은 아닙니다. '생명을 먹이는 일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배부른 일'이라는 구절이 유독 와 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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