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수면사(睡眠寺) / 전윤호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수면사(睡眠寺)
전윤호
초파일 아침
절에 가자던 아내가 자고 있다
다른 식구들도 일 년에 한 번은 가야 한다고
다그치던 아내가 자고 있다
엄마 깨워야지?
아이가 묻는다
아니 그냥 자게 하자
매일 출근하는 아내에게
오늘 하루 늦잠은 얼마나 아름다운 절이랴
나는 베게와 이불을 다독거려
아내의 잠을 고인다
고른 숨결로 깊은 잠에 빠진
적멸보궁
초파일 아침
나는 안방에 법당을 세우고
연등 같은 아이들과
잠자는 섭법을 듣는다
ㅡ출처 : 시집 『늦은 인사』(실천문학사, 2013)
ㅡ사진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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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부처님 제대로 모셨다
중생을 구제하라시는 부처님 참 편하시겠다
요란한 절도 아니고
억지 비슷한 설법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잠자는 소리의 설법에
화자가 제공한 아늑한 법당에서
그것도 가족이 함께 지켜보는 저 모습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요
어느 누구도 연출할 수 없는 행복이라
이 집이 오래 길할 것 같다
가족을 지키려 노력하는 화자의 생각에서
부처님은 늘 함께 하신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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