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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디딤돌 4 / 김주완

오선민 2014. 2. 6. 11:57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디딤돌 4

 

김주완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

 

뭇 발들이 오가고

바람과 구름도 드나들었다

때로는 죽은 자가 산 자의 손에 들려서 지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순한 신발도 흔적을 남기면서 갔다

 

닳아도 닳아도

입묵(入墨) 자국, 살 속으로 파고들어

족보처럼 꿈틀거리는 저 실핏줄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

 

 

 

ㅡ출처 : 시집『오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문학의 전당,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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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속에 먹을 떠 넣어

글씨나 그림이 되고나면

그건 영락없는 꿈틀거리는 실핏줄처럼 보인다

세상에는 사람이 밟고 가는 디딤돌이 다양하다

때로는 출세의 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의 길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닳지 않는 것 있으랴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에 가하는 인간의 가혹함과 장난이

더러는 심하다 싶을 때가 있다

화자가 오랜만에 쓴 시집에서 외친

이 명언-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

를 외친 까닭이 있을 게다

세상을 어느 만큼 살아본 사람이 하는

절규 같은 것으로 들린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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